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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활동지원 중단, 배우자 삶 옭아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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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61회 작성일 20-06-10 09:08본문
루게릭 중증장애, 생계·시어머니 부양 ‘깜깜’
12명 장애인, 국가인권위 3차 긴급구제 요청
2년 전 어느 날, 길을 걷던 남편이 문득 ‘다리가 짧아졌다’며 발목이 아프다고 말했다. 돌연 ‘다리가 짧아졌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불길하고 무서웠다. 시간이 갈수록 남편의 걸음이 느려졌다. 근육이 빠져 다리로 몰리며, 코끼리 마냥 퉁퉁 부었다. 그리고 점점 손까지 병이 진행됐다. 그런데 병원을 찾아가도 병명을 모르겠다고 했다. 어렵게 찾아간 대형병원에서조차 ‘약이 없다’며 비타민제를 추천했다.
보름 간격으로 상태가 심각해지는 남편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아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주사를 맞아도 소용없었다. 급기야는 음식물이 목에 걸려 목을 뚫어 위에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위줄을 찼고, 호흡기까지 달았다.
육십 평생 운동을 좋아했던, 항상 나보다 앞서가던 나의 남편은 그렇게 ‘루게릭병’으로 침대 속에 파묻혔다.
지난해 8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등록을 받은 남편은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을 월 270시간밖에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180시간, 다음에는 230시간, 270시간까지. 두 사람이 교대로 왔어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80대 시어머니 부양,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남편까지, 임덕자 씨의 일상은 숨이 턱턱 막혔다.
임 씨가 생계를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당일을 나가는 동안,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은 사비로 부담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한 채 밤새 남편과 시어머니를 챙겼다. 주말에는 1.5배의 할증 수가가 붙기에, 돌봄을 그의 몫으로 돌렸다. 임 씨는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쳇바퀴를 굴려야 했다. 병원에서는 오히려 그런 임 씨를 걱정하기도 했다.
“시어머니도 계시니까, 벌어먹기 위해서는 내가 나가야 하니까. 근데 식당 다녀서 월급이 얼마나 되겠어요. 번 돈은 족족 그분들(활동지원사) 주기 바빴죠.”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에이블뉴스DB
1955년 5월생인 남편이 만 65세가 됐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이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을 받아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하루 3시간 받을 수 있는 등급을 받았다. 이제 당장 7월부터 임 씨의 남편 김은배 씨는 활동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남편은 몸을 못 움직여도 정신이 말짱해요. 차라리 치매를 앓으면 좋을 정도로….”
임 씨는 현재 남편의 장애 상태보다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월 270시간마저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고된 노동 후 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남편과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것 또한 지금 현 활동지원 시간만 유지된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루 3시간 도움을 받으면 제가 일을 그만두고 돕는 게 낫죠. 그런데 그러면 생계가 안 되고, 그렇다고 일을 나갈 수도 없고. 내가 남한테 도움 주지는 못할망정, 도움을 받으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한 임덕자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한 임덕자 씨.ⓒ에이블뉴스
어디에 이야기할 곳이 없어 답답했다던 임 씨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도움을 받아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인권위는 만 65세 활동지원이 중단된 장애인에 대해 지난해 9월,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가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시비를 편성해 긴급구제에 나섰으나, 국가 차원의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미래통합당 장제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미래통합당 이종성 의원이 차례로 이를 해결할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지만, 언제쯤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올해 만 65세가 된 중증장애인 김은배 씨를 포함한 총 12명의 당사자의 3차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여야 막론하고 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당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복지부가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한번 권고를 내려달라. 지자체에서도 부족한 시간에 대해서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피력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도 “단순히 진정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살 수 없으니 생명을 연장해달라고, 65세가 되도 나는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이야기 한다”면서 “휠체어를 타고 있던, 어떤 몸을 갖고 있던 이 더위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은 활동지원사다. 65세가 되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긴급구제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12명 장애인, 국가인권위 3차 긴급구제 요청
2년 전 어느 날, 길을 걷던 남편이 문득 ‘다리가 짧아졌다’며 발목이 아프다고 말했다. 돌연 ‘다리가 짧아졌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불길하고 무서웠다. 시간이 갈수록 남편의 걸음이 느려졌다. 근육이 빠져 다리로 몰리며, 코끼리 마냥 퉁퉁 부었다. 그리고 점점 손까지 병이 진행됐다. 그런데 병원을 찾아가도 병명을 모르겠다고 했다. 어렵게 찾아간 대형병원에서조차 ‘약이 없다’며 비타민제를 추천했다.
보름 간격으로 상태가 심각해지는 남편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아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주사를 맞아도 소용없었다. 급기야는 음식물이 목에 걸려 목을 뚫어 위에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위줄을 찼고, 호흡기까지 달았다.
육십 평생 운동을 좋아했던, 항상 나보다 앞서가던 나의 남편은 그렇게 ‘루게릭병’으로 침대 속에 파묻혔다.
지난해 8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등록을 받은 남편은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을 월 270시간밖에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180시간, 다음에는 230시간, 270시간까지. 두 사람이 교대로 왔어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80대 시어머니 부양,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남편까지, 임덕자 씨의 일상은 숨이 턱턱 막혔다.
임 씨가 생계를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당일을 나가는 동안,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은 사비로 부담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한 채 밤새 남편과 시어머니를 챙겼다. 주말에는 1.5배의 할증 수가가 붙기에, 돌봄을 그의 몫으로 돌렸다. 임 씨는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쳇바퀴를 굴려야 했다. 병원에서는 오히려 그런 임 씨를 걱정하기도 했다.
“시어머니도 계시니까, 벌어먹기 위해서는 내가 나가야 하니까. 근데 식당 다녀서 월급이 얼마나 되겠어요. 번 돈은 족족 그분들(활동지원사) 주기 바빴죠.”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에이블뉴스DB
1955년 5월생인 남편이 만 65세가 됐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이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을 받아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하루 3시간 받을 수 있는 등급을 받았다. 이제 당장 7월부터 임 씨의 남편 김은배 씨는 활동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남편은 몸을 못 움직여도 정신이 말짱해요. 차라리 치매를 앓으면 좋을 정도로….”
임 씨는 현재 남편의 장애 상태보다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월 270시간마저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고된 노동 후 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남편과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것 또한 지금 현 활동지원 시간만 유지된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루 3시간 도움을 받으면 제가 일을 그만두고 돕는 게 낫죠. 그런데 그러면 생계가 안 되고, 그렇다고 일을 나갈 수도 없고. 내가 남한테 도움 주지는 못할망정, 도움을 받으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한 임덕자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한 임덕자 씨.ⓒ에이블뉴스
어디에 이야기할 곳이 없어 답답했다던 임 씨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도움을 받아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인권위는 만 65세 활동지원이 중단된 장애인에 대해 지난해 9월,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가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시비를 편성해 긴급구제에 나섰으나, 국가 차원의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미래통합당 장제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미래통합당 이종성 의원이 차례로 이를 해결할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지만, 언제쯤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올해 만 65세가 된 중증장애인 김은배 씨를 포함한 총 12명의 당사자의 3차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여야 막론하고 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당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복지부가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한번 권고를 내려달라. 지자체에서도 부족한 시간에 대해서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피력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도 “단순히 진정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살 수 없으니 생명을 연장해달라고, 65세가 되도 나는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이야기 한다”면서 “휠체어를 타고 있던, 어떤 몸을 갖고 있던 이 더위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은 활동지원사다. 65세가 되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긴급구제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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