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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장애인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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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10회 작성일 20-08-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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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장애인의 비애'
수동휠체어·목발 사용 시 우산 못써…통증도 심해져

사람은 누구나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그리고 팔과 다리, 몸통이 있다. 이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고장이 나거나 기능을 잃게 되면 장애인이 된다.
언젠가 장애인들과의 모임에서 ‘장애인의 비애’를 얘기 했더니 장애 자체가 비애인데 더 무엇이 필요하냐고 했다. “그런 게 아니라, 장애로 인해서 할 수 없는 것들 있잖아요.”

비가 오는 날하고는 별 관련이 없지만 장애인들이 모임을 하려면 장소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첫째는 계단이 없어야 하고 둘째는 가능하면 입식이어야 한다.
다리가 의족이거나 보조기 등을 할 경우 신발 벗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편의시설이 법으로 정해졌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이 드나들기에 마땅한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거기다가 장애인의 비애 한 가지가 더 있다. 고기집에 갔을 때 집게와 가위를 사용할 두 손이 없는 경우다.
 그래서 자리 배치를 할 때 고기를 자를 사람이 한사람쯤은 끼어 있어야 된다. 우스갯소리지만 삼겹살집에서 두 손이 성한 사람이 서너 사람이 먹을 고기를 자르다보면 정작 본인은 고기를 먹을 틈이 없을 때도 있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장마철은 제5의 계절이라고 한다. 장마전선은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 해 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서 형성되며 주로 6월 말에서 8월 중순에 걸쳐 나타난다.
장마전선이 머무는 지역에는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거나 많은 비가 내린다. 올해의 장마는 7월 중순부터 남부지방에서 시작되었는데 중부지방
그리고 서울지방으로 옮겨 가면서 많은 비가 내려서 산사태가 나고 집과 농경지가 물에 잠겨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장마전선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저수지와 댐, 지표상태 등이 포화상태에 있으므로 곳곳마다 물난리를 겪고 있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댐은 댐 높이 123m, 제방길이 530m, 수면면적 70㎢, 총저수량 29억t의 다목적댐이다.
 연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한강 홍수조절 의 최후 보루라는 소양강댐이 지난 5일 오후 3시 수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양감댐이 수문을 열자 의암댐의 수초섬이 더내려갔다. 6일에는 수초섬을 고정시키려던 경찰정이 전복되고
이를 구조하려던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행정선 등 세척이 다 같이 전복되는 바람에 7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휴가철인데 장마와 휴가가 겹치면서 비 때문에 야외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유치하려는 ‘몰캉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지만,
 원체 많은 비가 내려 수해지역에서는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간혹 산간의 계곡 등에는 야영객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몰캉스’란 쇼핑몰과 바캉스를 합친 말로 쇼핑몰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뜻이란다.

지난 7월 31일에도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고립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순천소방서 산악 119구조대 소방대원이 구조에 나섰는데, 피서객은 물론이고 소방대원마저 급류에 휩쓸러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이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장마철에 장애인이 폭우 속에서 무엇을 하겠는가만은 연일 비가 지속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한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흰지팡이를 짚고 길을 걷기란 만만치가 않다. 요즘은 활동지원사가 있어서 우산을 받쳐 주기도 하지만…….

수동휠체어를 사용할 때는 양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려야 하므로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가 없었다.
요즘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므로 간혹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에 우산을 꽂아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동 조작판에 빗물이 들어가면 안 되므로, 사람은 비를 맞더라도 조작판은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로 꽁꽁 싸매는 등 채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비가 오려나?’ 대부분의 장애인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른바 날궂이를 한다. 장마가 지고 날씨가 꿉꿉하면 날궂이는 더 심해진다.
그렇다고 주어진 일을 안 할 수도 없어서 치료제도 없는 전신이 쑤시고 아픈 통증을 평생 참고 견뎌야 한다. 쑤시고 아픈 통증이 비가 올 때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이라도 통증을 참고 나가야 한다. 비옷을 입고 전동스쿠터에 우산을 꽂고 혹시라도 모자가 날아갈까 봐 빨래집게로 집고 길을 나서는데, 울퉁불퉁한 길은 여기저기 온통 물바다라 전동스쿠터가 지나갈 길이 없단다.

“거기다가 쌩하고 지나가는 차가 흙탕물이라도 튕기면 정말 기분이 더럽습니다.”

어느 지체장애인의 하소연이다.
비가 내리면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고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은 더 난감하다.
간혹 활동지원사가 있어서 우산을 씌어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양손으로 목발을 짚어야 하므로 우산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비를 맞는 것보다도 더 난감한 것은 빗물이다.
 바닥이 빗물에 젖으면 목발을 짚을 곳이 없어서 과연 어디에다 목발을 짚어야 덜 미끄러울까 고민하면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 딛어야 한다.

“비야 좀 맞으면 그만이지만, 길이 미끄러우니까 목발을 짚을 곳이 있어야지요.”

 이 빗속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그렇다고 장마철 내내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더구나 장마철에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 장애인은 정말 죽을 맛이다.
 그렇지만 장애인도 이 땅에 사는 사람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장마철도 견뎌내야 한다.

낙동강변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하는 어느 장애인은 비가 많이 내려서 파크골프장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서 공을 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서글픈 일은 공을 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다른 사람들은 금방 다 뛰어가 버리고 비 내리는 황량한 파크골프장을 혼자서 천천히 걸어야 하는 신세라고 했다.

“텅 빈 파크골프장을 혼자서 천천히 걷는 내 모습이 얼마나 처량하고 서글프든지 눈물이 다 납디다.
 나도 두 다리가 성하다면 저 사람들처럼 뛰어 갈 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 장애인이 되어 이 모양인가 싶어서 신세한탄이 절로 나옵디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되었겠는가. 장애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불가항력으로 되었지만,
장애도 개성이고 다름의 표현일 뿐이니 너무 실망하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눈물로 쓴 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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