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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기, '독일 가정과의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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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60회 작성일 20-07-07 11:14본문
독일 일기, '독일 가정과의 아름다운 만남'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 에이블뉴스에 기고를 하면서 얻는 기쁨의 하나는 ‘이야기 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2013년 말 독일 대학에 일주일 간 강의 초청을 받았을 때의 이야길 나누고자 한다.
독일이 초행은 아니지만 독일은 항상 호감을 갖게 하는 나라다. 독일어도 탐이 나는 언어 인데 아직도 수박 겉핥기이다.
초청해 준 부총장이 14살 된 아들과 함께 멀리 뒤셀도르프(Dusseldorf)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는데, 잠시 후에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행여나 했는데 나는 나름대로의 전문가이니. 약간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와 영어 연습을 하려던 듯싶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쾌활하다.
기차를 두어 번 바꿔 타고, 택시도 타며 집까지 왔다. 그리고 곧 저녁 시간이 되어 아주 착하고, 검소해 보이는 부인 Sabine와 12살 난 딸 Line가 동참했다.
아 그런데 Line 도 약간의 다운이가 아닌가!! 나는 절대로 놀란 표정이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을 시작했다. 나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만 아이들도 참 좋아했다. 그렇게 며칠을 가족처럼 즐겁게 보냈다.
초청해준 Hebenstreit 부 총장 집에 여정을 풀었다. 할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방이 여덟 개나 되는 3층집이다.
내가 처음 영국에 갔을 때에도 나는 3층집 지붕 밑 방이 내 방이 되었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 '소공녀' '소공자' 같은 소설을 읽으면 반드시 등장하던 '지붕 밑 방',
나에겐 아주 친숙하고 반갑다. 역시 독일은 임대주택의 나라다.
얼마 전 까지 세를 들어 살던 부부가 나가고 수리를 방금 끝내는 중이었다. 3층 서재에서 오래 동안 손대지 못한 가을의 정원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먹지는 못할 사과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그야말로 농부들이 말하는 '요리용'들이다. 틈이 날 때마다 정원으로 내려가서 사과들을 수북하게 긁어모았다.
보기에 좋았다. 영국에서의 전원생활도 새삼 그리워진다. 새삼 정원을 벗하여 글을 쓰던 Herman Hesse생각이 난다. 그 외에도 토마스. 만, 하인리히 뵐 등 그래서 독일어도 좋아했었지만.
이틀째 되는 저녁에는 나 때문에 교수들이 여러 명 저녁에 초대되었다. 영어가 주로, 가끔 독일어로. 나는 여행을 나갔던 쾰른에서 맛있는 초코릿 한 상자를 사왔었다.
이야기 도중에 부총장이 내년 2월 7년 임기가 끝나는데 1년 일찍 사표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모두들 놀랐다. 그 이유는 장애를 가진 두 자녀에게 좀 더 시간을 주고, 밀린 집필도 집중해서 하고 ‘북부 독일 장애아동부모회’의 직장에서 책임이 무거워진 아내를 지원하기 위해서란다.
교수직을 사표 내다니! 하기야 독일의 든든한 연금제도가 있을 터이니 안심은 된다. 그것도 장애 자녀들을 위해서! Sigrurd 교수는 항상 아이들 곁에 있지만 참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엄마인 Sabine는 항상 바쁘고, 아들에게 운동화를 신기면서도 가끔 눈물을 보이며 사랑을 쏟는다.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장애 자녀를 키우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 가정에도 애환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당사자인 부모에게는 이렇게 생활하며 떠날 날이 되었다.
전날 저녁 교수님과 함께 Dortmund Concert에 가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처음 대하는 스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듣고 왔다.
100여명이 넘은 단원들이 지방도시의 교향악단을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부총장은 좀 늦잠을 자고 다녀왔기 때문에 나와 부인만 커피를 마시게 됐다.
그런데, 거의 지나는 말로 아이들이 한살 쯤 되었을 때 장애아동들을 입양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절대로 그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는단다.
우선 궁금증은 풀렸다. 어떻게 해서 두 자녀 모두가 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나 하던 의구심. 물론 애기를 못 가지게 되었던 부부만의 사연도 있을 거지만.
한국에선 장애 아동들을 서둘러 해외에 입양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변했을까? 나를 숙연하게 만든 출발 날의 아침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이 모두 너무 닮은 데가 많아서 다행이란다. 사랑을 받으면 닮아가는 모양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독일의 며칠이었다.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독일인들의 검소한 생활 모습이다. 한국 식당에 내가 온 가족을 다 초대했는데, Line가 배탈이 나서 함께 집에서 중국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별 차이가 없는 중국음식. 거의 매일 빵과 치즈, 살라미, 커피만 마셨다. 하도 답답해서 내가 시내에 나가서 토마토와 과일을 한 아름 사오기도 했었다.
중국 음식 맛들이 좋은가 보다. 내가 황송하리만큼 맛있게들 식사한다. 아마도 검소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외식은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거의 원칙적으로 외식은 제외되어 있을 것도 같다.
캠퍼스를 둘러보아도, 시내를 돌아다녀보아도 한국의 그 흔해빠진 BMW, 벤츠를 보기가 힘 들다.
한국의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에 넘쳐나는 고급 승용차를 생각하며 새삼 우리 삶 속의 풍요, 허세와 금전만능의 세태가 부끄러워진다.
새삼 목요일 오전에는 오후 강의까지 시간이 있어서 부총장 부인이 담당하고 있는 ‘장애아동부모회’에 들렸다. 마침 일주일에 한번 있는 ‘가족과의 대화’ 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시간에는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상담사와 여러 가지 아동과의 장애와 관련된 우스운, 혹은 재미있는 사건을 나누는 시간이다.
대개 시작하는 질문은 ‘자녀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대답하기에 그리 쉬운 질문은 아닌듯했다. 그 중의 하는 이런 내용이었다.
“오토는 우리의 큰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생활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개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힘이 더 들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 특히 마지막의 ‘인내’는 어려워서 엄마인 나도 상당히 애를 써야한다. 가끔 집 근처의 숲으로 동네 또래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데,
걷기가 힘드니까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걸이가 상당히 늦다. 별로 큰일은 아니고, 나도 다른 아이들이 빨리 걸어가 버리는 것도 이해한다. 그
런데 엄마인 나로서는 다른 또래들이 이런 사소한 생활의 일면이라도 놓쳐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보아도 분명히 화가 났거나 답답해하는 것 같았고 다른 아이들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담당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모들은 아무래도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남다르다. 숨은 눈물도 있을 것이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시간이 갈수록, 어울리는 회수가 점점 뜸해질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계속 어울리기는 헸지만 행여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가 되어버릴까 하는 기우가 있단다.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 아마도 이렇게 해서 다름과 차이, 간격은 넓어지고 소외와 배제가 뿌리를 내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장애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니까 계속 만나고, 그래야 결국 서로에 대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소외와 배제도 사라지고.
아, 물론 서로 다른 동료와 사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렵다고 해서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친구가 필요하다.
경험상으로나 연구결과를 보아도 장애가 친구사귀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 질이나 숫자에 있어서. 분리나 소외가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생각하고 노력해야할 과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오후였다.
다음날 아들 Sebastian과 약속을 하고 떠난다. 이담에 ‘혼자’서 호주로 날 찾아 여행을 오라고.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축구에 열광하는 것을 보니.
서울에 와서 보니 집 열쇠를 가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랴부랴 문구점에서 가서 아이들이 좋아할 학용품, 양말 등을 사서 열쇠와 함께 EMS로 부쳤다.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최소한의 고마움도 표시하고.
대학에서 강의가 잘 전달되어 다시 오라는 초청도 받았지만 독일 가정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어서 더 좋았다. 좋은 관계가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 에이블뉴스에 기고를 하면서 얻는 기쁨의 하나는 ‘이야기 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2013년 말 독일 대학에 일주일 간 강의 초청을 받았을 때의 이야길 나누고자 한다.
독일이 초행은 아니지만 독일은 항상 호감을 갖게 하는 나라다. 독일어도 탐이 나는 언어 인데 아직도 수박 겉핥기이다.
초청해 준 부총장이 14살 된 아들과 함께 멀리 뒤셀도르프(Dusseldorf)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는데, 잠시 후에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행여나 했는데 나는 나름대로의 전문가이니. 약간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와 영어 연습을 하려던 듯싶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쾌활하다.
기차를 두어 번 바꿔 타고, 택시도 타며 집까지 왔다. 그리고 곧 저녁 시간이 되어 아주 착하고, 검소해 보이는 부인 Sabine와 12살 난 딸 Line가 동참했다.
아 그런데 Line 도 약간의 다운이가 아닌가!! 나는 절대로 놀란 표정이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을 시작했다. 나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만 아이들도 참 좋아했다. 그렇게 며칠을 가족처럼 즐겁게 보냈다.
초청해준 Hebenstreit 부 총장 집에 여정을 풀었다. 할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방이 여덟 개나 되는 3층집이다.
내가 처음 영국에 갔을 때에도 나는 3층집 지붕 밑 방이 내 방이 되었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 '소공녀' '소공자' 같은 소설을 읽으면 반드시 등장하던 '지붕 밑 방',
나에겐 아주 친숙하고 반갑다. 역시 독일은 임대주택의 나라다.
얼마 전 까지 세를 들어 살던 부부가 나가고 수리를 방금 끝내는 중이었다. 3층 서재에서 오래 동안 손대지 못한 가을의 정원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먹지는 못할 사과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그야말로 농부들이 말하는 '요리용'들이다. 틈이 날 때마다 정원으로 내려가서 사과들을 수북하게 긁어모았다.
보기에 좋았다. 영국에서의 전원생활도 새삼 그리워진다. 새삼 정원을 벗하여 글을 쓰던 Herman Hesse생각이 난다. 그 외에도 토마스. 만, 하인리히 뵐 등 그래서 독일어도 좋아했었지만.
이틀째 되는 저녁에는 나 때문에 교수들이 여러 명 저녁에 초대되었다. 영어가 주로, 가끔 독일어로. 나는 여행을 나갔던 쾰른에서 맛있는 초코릿 한 상자를 사왔었다.
이야기 도중에 부총장이 내년 2월 7년 임기가 끝나는데 1년 일찍 사표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모두들 놀랐다. 그 이유는 장애를 가진 두 자녀에게 좀 더 시간을 주고, 밀린 집필도 집중해서 하고 ‘북부 독일 장애아동부모회’의 직장에서 책임이 무거워진 아내를 지원하기 위해서란다.
교수직을 사표 내다니! 하기야 독일의 든든한 연금제도가 있을 터이니 안심은 된다. 그것도 장애 자녀들을 위해서! Sigrurd 교수는 항상 아이들 곁에 있지만 참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엄마인 Sabine는 항상 바쁘고, 아들에게 운동화를 신기면서도 가끔 눈물을 보이며 사랑을 쏟는다.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장애 자녀를 키우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 가정에도 애환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당사자인 부모에게는 이렇게 생활하며 떠날 날이 되었다.
전날 저녁 교수님과 함께 Dortmund Concert에 가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처음 대하는 스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듣고 왔다.
100여명이 넘은 단원들이 지방도시의 교향악단을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부총장은 좀 늦잠을 자고 다녀왔기 때문에 나와 부인만 커피를 마시게 됐다.
그런데, 거의 지나는 말로 아이들이 한살 쯤 되었을 때 장애아동들을 입양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절대로 그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는단다.
우선 궁금증은 풀렸다. 어떻게 해서 두 자녀 모두가 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나 하던 의구심. 물론 애기를 못 가지게 되었던 부부만의 사연도 있을 거지만.
한국에선 장애 아동들을 서둘러 해외에 입양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변했을까? 나를 숙연하게 만든 출발 날의 아침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이 모두 너무 닮은 데가 많아서 다행이란다. 사랑을 받으면 닮아가는 모양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독일의 며칠이었다.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독일인들의 검소한 생활 모습이다. 한국 식당에 내가 온 가족을 다 초대했는데, Line가 배탈이 나서 함께 집에서 중국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별 차이가 없는 중국음식. 거의 매일 빵과 치즈, 살라미, 커피만 마셨다. 하도 답답해서 내가 시내에 나가서 토마토와 과일을 한 아름 사오기도 했었다.
중국 음식 맛들이 좋은가 보다. 내가 황송하리만큼 맛있게들 식사한다. 아마도 검소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외식은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거의 원칙적으로 외식은 제외되어 있을 것도 같다.
캠퍼스를 둘러보아도, 시내를 돌아다녀보아도 한국의 그 흔해빠진 BMW, 벤츠를 보기가 힘 들다.
한국의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에 넘쳐나는 고급 승용차를 생각하며 새삼 우리 삶 속의 풍요, 허세와 금전만능의 세태가 부끄러워진다.
새삼 목요일 오전에는 오후 강의까지 시간이 있어서 부총장 부인이 담당하고 있는 ‘장애아동부모회’에 들렸다. 마침 일주일에 한번 있는 ‘가족과의 대화’ 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시간에는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상담사와 여러 가지 아동과의 장애와 관련된 우스운, 혹은 재미있는 사건을 나누는 시간이다.
대개 시작하는 질문은 ‘자녀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대답하기에 그리 쉬운 질문은 아닌듯했다. 그 중의 하는 이런 내용이었다.
“오토는 우리의 큰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생활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개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힘이 더 들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 특히 마지막의 ‘인내’는 어려워서 엄마인 나도 상당히 애를 써야한다. 가끔 집 근처의 숲으로 동네 또래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데,
걷기가 힘드니까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걸이가 상당히 늦다. 별로 큰일은 아니고, 나도 다른 아이들이 빨리 걸어가 버리는 것도 이해한다. 그
런데 엄마인 나로서는 다른 또래들이 이런 사소한 생활의 일면이라도 놓쳐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보아도 분명히 화가 났거나 답답해하는 것 같았고 다른 아이들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담당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모들은 아무래도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남다르다. 숨은 눈물도 있을 것이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시간이 갈수록, 어울리는 회수가 점점 뜸해질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계속 어울리기는 헸지만 행여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가 되어버릴까 하는 기우가 있단다.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 아마도 이렇게 해서 다름과 차이, 간격은 넓어지고 소외와 배제가 뿌리를 내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장애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니까 계속 만나고, 그래야 결국 서로에 대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소외와 배제도 사라지고.
아, 물론 서로 다른 동료와 사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렵다고 해서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친구가 필요하다.
경험상으로나 연구결과를 보아도 장애가 친구사귀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 질이나 숫자에 있어서. 분리나 소외가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생각하고 노력해야할 과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오후였다.
다음날 아들 Sebastian과 약속을 하고 떠난다. 이담에 ‘혼자’서 호주로 날 찾아 여행을 오라고.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축구에 열광하는 것을 보니.
서울에 와서 보니 집 열쇠를 가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랴부랴 문구점에서 가서 아이들이 좋아할 학용품, 양말 등을 사서 열쇠와 함께 EMS로 부쳤다.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최소한의 고마움도 표시하고.
대학에서 강의가 잘 전달되어 다시 오라는 초청도 받았지만 독일 가정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어서 더 좋았다. 좋은 관계가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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