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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전 장애인의 유서,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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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85회 작성일 21-04-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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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편의법 23년, 카페·편의점 멈춘 휠체어
‘행복추구권 침해’ 위헌 청구, “장애인도 소비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4-13 14:57:43

1984년 9월 서울시장에게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주시오’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순석 열사를 기억하시나요?
그의 죽음 이후 1998년 4월 11일, 비로소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담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습니다.
그리고 강산이 2번이나 변한다는 23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요?

37년 전 김순석 열사가 그러했듯, 계단 하나, 작은 턱 하나로 여전히 문 앞에서 거절당하고, 돌아서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세상 참 좋아졌다’고.
장애인들이 답합니다. “결국 장애인이구나”. 2021년, 장애인들은 다시금 외치고 외칩니다. “턱을 없애주세요. 턱. 턱. 턱!”

“84년 죽어야 했던 외침이 또 다른 장애인들의 외침이 되지 않도록, 우리도 차별받지 않고, 계단과 턱을 넘어 편의점, 카페를 가도록 만들어주세요.”(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84년도 김순석의 죽음, 여전히 ‘김순석’

김순석 열사 죽음 이후 만들어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 노인 등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법입니다.

제4조에는 장애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제3조에는 시설주 등에게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 제6조에는 국가에 각종 시책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법 시행령입니다.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1998년 4월 11일 이후에 건축되거나 다시 지음, 용도 변경된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상’에만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90평 이하의 작은 커피전문점, 편의점, 약국 등 생활편의시설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것이죠.

통계청의 ‘2018년 사업장 면적 규모별 사업체 수’ 현황에 따르면, 체인화 편의점 4만2821개소 중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상인 경우는 543개소로 1.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8.8%는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것입니다.

제과점의 96.6%, 음료 및 담배 소매업의 98.7%, 식료품소매업의 97.7%, 일반음식점업의 94.6%도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습니다.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겠다는 법 취지가 무색할 따름이죠.

다른 나라의 경우엔 이 같은 기준이 없고,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바닥면적 50㎡(약 15평) 이하인 시설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던 캐나다마저도 2018년 법을 개정해 조항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1층이 있는 삶‘ 소송, GS리테일·정부 조정 거부

2018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이 함께 생활편의시설 공동대책위원회(생활편의시설 공대위)를 꾸려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한복판 명동역에 모여 작은 계단과 턱으로 들어갈 수 없는 카페, 약국, 편의점 문턱 앞에 분노했죠.

1년 후인 2019년 4월 11일에는 편의점 등 77개 생활편의시설 사업주와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에는 뿅망치로 계단을 내리치는 ‘1층이 있는 삶’ 플래시몹을 펼쳤습니다.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는 2018년 투썸플레이스, 신라호텔, GS리테일(GS25 편의점 운영), 대한민국을 상대로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면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도 지루한 소송은 끝을 맺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투썸플레이스와 호텔신라는 ‘편의시설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조정을 완료했지만, 나머지 GS리테일과 대한민국은 조정을 거부했고, 다음 달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등권 침해” 장애인등편의법 ‘위헌’ 청구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애인들이 차 한잔 나누지 못하는 현실이 헌법에서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며,
지난 3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애인등편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소송을 진행 중인 GS리테일 측이 ‘법적 의무가 없다’며 근거로 제시하는 시행령 그 자체가 ‘위헌’이라며,
23년이 넘도록 법을 개정하지 않은 대한민국은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도 일상생활을 누리는 당연한 것을 지키겠다는 외침인 겁니다.

“23년이 넘은 낡은 법령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장애인 접근권을 배제하는 법령으로 기능해왔습니다.
저희의 위헌 심사청구는 낡은 법령을 바꾸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해달라는 외침에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나동환 생활편의시설 공대위 변호사)

또한 지난 3월 17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CU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 앞에서 CU편의점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요구하며 면담 요청을 했고, 얼마 전 통화를 통해 이달 안으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눈에 힘 ‘빡’ 주고 투쟁? 장애인도 소비자다

장애인들의 외침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곳에서 커피 한 번 마시고, 편의점에서 물건 사자는 건데, 눈에 힘을 ‘빡’ 주고 턱을 부수는 투쟁까지 해야 한다는 현실이 오히려 암담합니다.

지난달 3월,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경기 김포시에 있는 실내포장마차를 찾았다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이 왜 술을 먹냐”는 식당 주인의 모욕적인 말까지. 2021년, 장애인 소비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인등편의법 제1조)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

23년 전 장애인등편의법, 13년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을 때 장애인들은 이제는 문 앞에서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법을 만들면 우리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대단한 일인가요? 장애인들의 일상은 여전히 우리가 아닌, ‘그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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