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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높은 벽, 청각장애인 끈질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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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12회 작성일 21-06-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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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 배치 요구, 의견표명 ‘묵묵부답’
‘농아인의 날’ 씁쓸, “이번 민원 마지막이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6-04 17:22:10

'2050 탕 소통 입 선 언어 규 배나 경과 지속가능 발전 을 함께 이루기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 게시된 ‘2050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영상 속 자동자막에 청각장애인(농인)들은 기가 찼습니다.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외계어 같은 인사말.
사실 문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2050 탄소중립 선언도 /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발전 변화를 함께 이루기가”였습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는 물론 유튜브 청와대 계정의 영상에 수어통역이 없습니다. 앞에서와 같은 외계어 자동자막뿐이죠.
이에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청와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여전히 허공에 맴돌 뿐입니다.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과 요구안 전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진정도 이제는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한국수어 독립만세!”를 ‘수어’로 외치기도 했습니다.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공식 언어로 지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을 공포한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 뿐입니다.

2021년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칼바람이 치던 지난해 12월 30일. 꽁꽁 언 손을 꺼내 수어로 소망을 전한 농인 노만호 씨.
그의 소망은 문 대통령이 수어가 대한민국의 언어라는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농인으로서 수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싶다던 노 씨. 그는 6개월여가 지난 6월 4일, 또다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분수대 앞에서 발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엉뚱한 자막이 나오고, 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인권위원회가 청와대에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반년이 넘어가도 수어통역을 고사하고 엉뚱한 자막만 나오니 안타깝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장애벽허물기는 공공기관의 수어통역사 배치 운동을 끈질기게 진행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지난해는 코로나19 정책 브리핑, 국회 기자회견장 수어통역사 배치 성과까지 이끌어냈죠.

최근 장애벽허물기의 성명서를 살펴본 결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의 수어통역사 배치 성과도 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5.18 첫 희생자가 농인이었으며, 지난해 기념식 행사장에 농인이 직접 참석했음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결과기도 합니다.

6월 4일부터 모든 기념일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20대 국회부터 각종 기념일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 끝에 말이죠. 그런 ‘안 되면 될 때까지’ 정신이 청와대 문턱을 넘기는 어려운 가 봅니다.

2020년 12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에 따르면, 청와대는 각 방송사별로 수어통역이 제공될 것을 고려해 현장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인력 충원 또는 예산 수반이 필요한 사항으로 관련 부서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뿐입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의견표명도 냈지만,
6개월째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이후에도 장애벽허물기가 여러 차례 민원을 냈지만, 몇몇 동영상에 수어 통역을 넣는 것에 그칠 뿐이죠.

반면, 미국은 올 초 백악관 브리핑 시 수어 통역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백악관의 코로나19 브리핑 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에 따른 것인데요.
미 법무부는 폐쇄자막이 있어 수어 통역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참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일본에서는 7~8년전부터 수상이나 관료들이 기자회견이나 연설을 할 때 수어통역사가 2m 옆에 섭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아서 안타까움이 많습니다.”(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 배치 진행 환영, 청와대 등으로 확대되어야’(2020년 7월 3일)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 배치 환영, 청와대 등으로 확대되어야’(2020년 8월 9일)
‘미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수화통역 제공판결 환영, 청와대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야’(2020년 9월 11일)
‘인권위 청와대에 대한 입장표명 환영, 하루빨리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라’(2020년 12월 11일)
‘청와대는 백악관의 수어통역 제공을 본받아야 한다’(2021년 1월 29일)
‘수어통역 확대 등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청와대 조속히 수어통역사 배치 등 이루어져야’(2021년 5월 27일)

지난해와 올해 장애벽허물기가 청와대 수어통역사 배치 관련 성명과 논평을 낸 것만 6개에 달합니다.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까지, 또 언론에 배포하지 않은 소식까지 합하면 더 많습니다.

기자회견이 있기 하루 전날인 6월 3일은 ‘농아인의 날’ 이었습니다. 조선농아협회가 설립한 1946년 6월을 기념하는 ‘6’과 귀의 모양을 형상화 한 ‘3’이 결합된 의미로,
농아인 스스로 정체성을 회복해 자립을 도모하고, 농아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날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농아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누구나 차별없이 정보를 전달받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4명의 농인들만이 참석한 작은단체 장애벽허물기는 청와대 민원실에 또 한번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청와대 SNS 영상에 수어통역과 올바른 자막 제공 요청, 그리고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 배치.
차별 없이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이들의 끈질기지만 정당한 알권리 요구. 이와 별도로 다음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재차 차별진정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민원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청와대 민원실로 향하며 이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청와대의 문턱은 언제쯤 허물어질까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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