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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놀이터가 필요 없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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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51회 작성일 21-08-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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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놀이터 더 좋은 놀이터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놀이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8-03 12:40:19

통합놀이터(Inclusive Playground)는 넓은 의미로는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의미하고, 좁은 의미로는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의미한다.

기존의 놀이터는 일반 놀이터와 장애인 놀이터로 구분되었다. 어린이들의 놀이터마저 장애와 비장애로 구분된 것이다.
일반 놀이터는 입구에 단차와 턱이 있고, 이용할 수 없는 놀이기구들만 있어서 장애 어린이는 놀 수 없었다.

반대로 장애인 놀이터은 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로 조성하면서 접근성에만 비중을 둔 나머지 비장애 어린이가 놀기에 시시하고 재미없는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놀이터라는 이미지 때문에 비장애 어린이가 거의 오지 않았다.

통합놀이터는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놀이터를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과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처음부터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를 분리하지 않는 놀이터, 장애 어린이도 신나게 놀 수 있고,
비장애 어린이도 흥미를 잃지 않는 놀이터, 비장애 자녀를 둔 장애인 부모도 함께 올 수 있는 놀이터가 바로 통합놀이터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에서 통합놀이터는 턱이나 단차 같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장애 어린이도, 장애인 부모도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한다.
사회통합 관점에서 통합놀이터는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한 공간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 어린이도 놀이의 주체가 되고, 놀이터에서 비장애 어린이와 어울려 놀 수 있는 평등한 참여를 지향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통합놀이터는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한다. 단순한 놀이기구, 단순한 공간은 어린이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장애 어린이가 함께 노는 놀이터라고 해서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안전하고 평범한 공간으로 디자인한다면 그 놀이터는 어린이에게 꿈과 모험심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해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 모두에게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끄럼틀을 예로 든다면, 다양한 높이와 다양한 기울기의 미끄럼틀을 배치하여 장애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도 자신에게 맞는 미끄럼틀을 선택해서 놀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통합놀이터는 모든 장애 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는 아니다.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는 다양하다.
그 다양성에 모두 맞는 놀이기구와 놀이터는 없다. 물론 휠체어를 사용하는 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기구도 필요하고,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통합놀이터에 전동휠체어 그네와 시·청각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비치할 수는 없다. 통합놀이터는 마법의 놀이터가 아니다.

통합놀이터는 놀이터의 규모와 형편에 따라 다른 정도의 놀이기구와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작은 놀이터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성을 보장하여 턱이나 단차를 없애고 바닥을 평탄하게 마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새로 만드는 큰 규모의 놀이터에는 휠체어 사용 어린이나 시·청각 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기구를 비치할 수 있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사례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조경작업소 울, 경기대학교 대학원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
부천대학교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된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가 서울시, 아름다운재단, 대웅제약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대공원 내에 설치한 무장애통합놀이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내의 놀이터 역시 기존의 놀이터였기에 많은 부분을 반영할 수는 없었지만, 휠체어로 올라갈 수 있는 조합놀이대(미끄럼틀) 등을 볼 수 있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은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에서 개발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참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놀이터를 조성하는데 걸림돌이 있다. 바로 통합놀이터 설치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편의시설에 관한 법인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는 놀이터 접근성 기준은커녕 어린이를 위한 편의시설 기준도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내용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놀이터 설치 기준은「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관리법」(어린이놀이시설법)을 따른다. 놀이터의 모든 놀이기구는 이 법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의 제2조에서 놀이시설의 대상을 정하면서 장애 어린이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아 장애 어린이의 놀이터 이용 자체를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휠체어 그네 등 장애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에 대한 규정이나 기준도 없다. 기준이 없으므로 어린이놀이시설법에 없는 모든 놀이기는 불법 설치물이 된다.
물론 휠체어 그네도 마찬가지다. 휠체어 그네가 설치되고도 이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시설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정부의 반대로 개정이 되지 못했다.
지난 5월에도 이종성 의원 등이 발의한 어린이놀이시설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아직 통과 되지 않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장애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어린이를 위한 놀이 환경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 부여, 장애 어린이를 위한 시설 기준 및 기술 기준 마련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통합놀이터는 더 좋은 놀이터가 아니다. 놀이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특별히 통합놀이터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든 놀이터를 기본적으로 장애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어린이가 놀 수 있도록 조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은 어려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통합 교육으로, 놀이터에서는 통합놀이터로 출발해야 한다.
장애인이 주류 사회에 들어가는 완전한 참여는 어려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통합놀이터는 바로 그 출발점이다. 모든 놀이터에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뛰놀 수 있어야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처럼 통합놀이터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모든 놀이터가 통합놀이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을 하루속히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린이놀이시설법을 개정하여 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여 어린이를 위한 편의시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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