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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교육의 위험성, “편식지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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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56회 작성일 21-08-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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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습관·행동 고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폭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8-30 13:50:53
최근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서 발달장애인에게 김밥과 떡볶이를 억지로 먹이다 기도가 막혀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시설 측은 “착오가 있었다. 죄송하다.”라고 했다.

어떤 착오였을까?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은 사전에 시설측에 김밥을 너무 싫어하니 먹이지 말아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는데,
그날 시설의 담당자는 그 정보를 미리 전달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리고, 정보를 알았다 하더라도 ‘억지로 먹여서라도 편식을 고쳐야 한다’는 무지한 교육적 태도를 가졌을 수 있다.

‘무지한 교육’이라는 두 단어는 동시성립이 되지 않는 모순을 내포한다. 교육은 아는 자가 모르는 자를 가르치는 의미이므로, 자신도 모르는 것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행위는 교육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편식 지도’는 교육적 용어가 맞다. ‘편식’이란 음식을 가려서 특정한 음식만 먹는 습관이고, ‘지도’란 좋은 습관이나 태도를 기르도록 이끄는 일이다.
이는 고른 영양소 섭취를 통해 육체적,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 과정으로서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설정해야 하고,
반드시 그 전에 학생의 개별적 특성과 수용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고른 영양소란, 5대 필수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무기질을 포함한 음식들이다.
섭취의 양이나 기간은 어떻게 정할까? 단체급식 메뉴에서는 대체로 정식 한 끼에 5대 영양소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의 환경에서는 아침엔 야채쥬스, 점심엔 짜장면, 저녁엔 고기정식 등으로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분산시키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영양학 연구에서는 하루에 모두 먹지 않아도 되며, 한 달 정도 안에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고도 한다.

모든 영양소란 모든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편식지도 시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가 여기에 있다. 탄수화물은 밥만이 아니다.
빵, 옥수수, 감자, 고구마, 무수한 곡류들로 대체할 수 있다. 단백질은 콩만이 아니다. 버섯, 쇠고기, 닭고기, 생선들로 대체할 수 있다.
이것을 못먹어도 저것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프랑스의 달팽이나 중국의 메뚜기 요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음식들도 먹어보지 못한 게 너무나 많다.
많은 사람이 주류로 먹는다 해서, 모든 사람이 먹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젓갈을 못 먹는다. 몇 년 전부터는 고등어구이도 꺼리게 되었다. 몸 속의 비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어를 맛있게 먹고 10~20분 후 비릿하게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여러 번 구토를 일으켰다. 50년 동안 즐기던 음식도 체질이 바뀜으로 인해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팔순에도 건강하신 나의 시어머니는 평생 육고기를 못드셨다.
고기굽는 냄새가 좋아 입안에 넣는 것까지 시도해보았지만, 위의 내 이유와 마찬가지로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해 포기하셨다.

오이를 못 먹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오이의 노나디에날이라는 알콜 성분이나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쓴맛 성분에 유독 민감한 유전적 체질 때문이다.
오이를 삶거나 피클로 절이면 민감함이 덜해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매운 맛을 느끼는 통각도 사람마다의 차이가 커서 함부로 권해서는 안된다.
술이나 커피를 못먹는다 하면 누구나 긍정해주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음식에 대해선 무슨 근거로 함부로 강요하는 것일까?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강박이고 폭력적 편견이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나의 아들은 엄마가 권하는 건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돈까스 옆에 샐러드도 먹어볼까?”
권했더니, 아들은 즐거운 외식 기분에 기꺼이 샐러드를 입에 넣고 조금 삼켰다.
그러나 이내 잘 먹은 돈까스까지 토해내고 난감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 “아들아, 괜찮다. 물 마시고 좀 쉬자.”

음식 뿐 아니라, 몸의 통증에 대해서도 아들은 엄마의 말이라면 신의 말처럼 순종하곤 한다.
동네 내과의원에서 맹장염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잘못 처방해 꼬박 앓던 밤, “괜찮다. 자고 나면 다 나을거다.”라고 배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신음조차 내지 않고 이불이 흠뻑 젖도록 식은땀을 흘리며 통증을 참았었다. 다음 날 아침 큰 병원으로 가서 맹장이 터져버렸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수술을 했다.

무지한 교육은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방법이 강하든 부드럽든 다 위험하다.
특히 교육의 대상이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일 때 이들의 인지, 감각, 행동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훈육은 시도해선 안된다.

“나는 생양배추를 먹으면 구토가 나요.”라고 말하지 못해도,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몸에서 거부하는 반응을 정확히 파악했더라면, 삶아서 조리하거나 다른 음식으로 대체해주었을 것이다.

“쓰다듬어도 배가 찢어지는 것처럼 계속 아파요.”라고 말하지 못해도, 평소에 타인에게 무조건 순응하는 특성을 고려했다면 보다 빨리 응급실로 데려갔을 것이다.

가장 잘 안다는 부모조차도 장애자녀에게 의도치 않은 잘못들을 해왔음을 밝히는 이유는,
복지시설이나 특수학교 뿐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적 태도와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함께 알고자 함이다.

말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은 행동과 정서로 표현한다. 굳이 김밥만을 거부한다면 그 속의 오이가 역겨웠을 수 있다.
소화기능의 어려움이나 알레르기가 아니라도, 그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만으로도 거부할 수 있다. 음식 뿐이랴.
형광등 불빛, 아기울음소리, 옷의 솔기만 스쳐도 찌르는듯한 통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겐 “하지마라, 참아라.”라는 훈계가 아니라, 원인을 먼저 파악하여 환경을 조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지원이 철칙이다.

편식지도 뿐 아니라, 모든 교육은 즐거운 성취의 경험과 확장으로 습관을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한다.
새로운 음식을 상대방이 먼저 음미하는 즐거움으로 보여주고, 맛있는 것을 권하고 나누며, 각자의 식성과 양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말로든 몸짓으로든 그림으로든 의사표현을 도와주어야 한다.
마트에서 재료를 함께 구입하고 채소와 고기를 손질하는 요리체험을 통해 향과 맛, 조리의 변화에 대한 각자의 느낌과 선호도, 성취감을 표현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최소 몇 개월 이상 이어지는 체계적인 과정이며, 결과는 새로운 음식 몇 가지를 먹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대체음식을 발견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과정에서 언어적·비언어적 소통과 타협으로 상호 간에 긴 성장을 함께 이뤄가야 한다. 단번에 습관이나 행동을 고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위험한 폭력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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