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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보 투쟁 ‘웃고’ 산재 불인정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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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18회 작성일 22-05-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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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발표
“보다 진전된 판결, 좋은 사례 알리고 문제 제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5-23 17:43:27

지난해 법정에 선 장애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부당해고를 당한 신장장애인 운전기사가 다시 복직에 성공하고,
“저는 노인이 아닌 장애인입니다”고 외쳤던 노인성질환의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급여 신청 자격을 얻어내는 투쟁의 성과를 얻었다.
반면,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정신질환자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아니다’라고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요양보호사의 부주의로 낙상한 장애인에 대한 책임은 외면받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2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를 개최해 이 같은 판결 내용을 발표했다.
올해의 수집·분석 대상 판결은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선고된 장애 관련 판결로, 총 240개 중 총 14개로 추렸다.

■부당해고 승소, 활보 투쟁 헌재까지 ‘디딤돌’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장애를 가진 장애인 A씨의 직업은 시내버스 운전기사다. 채용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뒤늦게 신장장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회사 측은 그에게 ‘버스운전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나가라 했다.
억울한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이어 행정소송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증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충분히 운행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 이후, A씨는 다시 업무에 복직해 현재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권건보 교수는 “업무와 무관한 장애로 채용을 꺼리는
고용시장의 오랜 관행을 타파하는 데 대상판결이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디딤돌’ 판결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노인장기요양법상 방문요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중증장애인 B씨가 활동지원급여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헌재는 노인성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장애인들의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법과 제도를 바꾸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했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텍스트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대체텍스트의 제공까지 명한 사례
▲친권자인 모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유아에 대한 친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모성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한 사례 등이 함께 선정됐다.

청각장애가 있는 대학교 교직원에게 이메일로만 교원임용 규정을 통보하고, 해당 규정에 미달하였음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 판결도 ‘디딤돌’로 포함됐다.

■정신질환 산재 불인정·사고 책임 절반 ‘걸림돌’

공사현장에서 안전 반장으로 근무하던 정신질환자 C씨는 2019년 현장 숙소 밖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쓰러져 의식 없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병원 도착 직후 사망했다.
이에 C씨의 배우자는 사망 원인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유족은 “C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정신과 약물과 술을 마시게 됐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정 싸움에서도 졌다. 재판부는 C씨의 업무시간이 그 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늘어난 업무가 정신질환을 초래할 정도였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는 “대상 판결의 재판부는 ‘정신장애’ 내지 ‘정신질환’의 특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망인의 사망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뇌경색에 의해 좌측 팔다리의 편마비로 보행장애를 가진 장애인 D씨. 그는 요양보호사로부터 외출을 위한 보행보조를 받는과정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초점성 뇌손상, 외상성 뇌내출형 등의 상해가 발생했다. D씨와 가족들은 요양보호사,
서비스 제공기관, 직업배상책임보험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절반의 책임도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요양보호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D씨의 기왕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 등을 감안해 청구액의 26~37%가량의 손해액만 인정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피해자에게 기왕증이 있었다는 이유로 책임성을 50%로 제한하고
기왕증의 기여도를 80%로 인정한 것은 온전한 인격체인 장애인의 삶을 존중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전된 내용 많아, 문제 지속적 제기해야”

장애인 인권과 관련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한 주목할 판결도 총 7건 선정됐다.

먼저 장애 상태가 발생한 원인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아니면 그 원인을 알 수 없는지와 상관 없이 신청 당시 법령이 정한 장애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장애상태에 있다면,
법령이 정한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사례, 성전환수술로 성별을 정정한 것을 ‘심신장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전역처분을 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사례가 뽑혔다.

또한 멀티플렉스 상영업체들의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의무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판결과 교통약자용
좌석은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진행 방향으로 앉을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함을 명시한 판결 등도 함께 선정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이번에 선정된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장애인의 능력 인정, 장애의 개념에 대한 이해,
정당한 편의제공 등의 측면에서 보다 진전된 바람직한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면서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 등이 바탕이 되었고,
장애인과 장애인단체, 공익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투쟁이 이룬 결실”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하고, 법원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법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끝없이 대화하도록 시도해야 한다. 좋은 사례를 알리고 아직 한계를 넘지 못하는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관장은 “장애에 대한 개념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디딤돌·걸림돌 판결로 사법부의 이해 폭이 확장되기를 바란다”면서
“사법부의 장애인식과 환경의 개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선정위원회의 직접적인 교육과 함께, 디딤돌·걸림돌 판결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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