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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노동자 죽음, 장애계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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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42회 작성일 20-06-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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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고위험 업무 중 사고, “사회적 타살”
대책위 구성,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 촉구

     
 “26살 재순이가 파쇄기에서 이렇게 아프게, 다발성으로 분쇄돼서 죽어야 합니까.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30년인데, 시장 내 겨우 들어간 장애인은 자신의 권리조차도 ‘찍’ 소리도 못 하면서, 짤려나갈까봐 그렇게 일하다가 죽어야 합니까.”
지난달 광주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지적장애인 고 김재순 씨의 죽음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8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30년 장애인 일자리 정책 사망선고’라며 비통함을 표했다. 이날 전장연은 고인의 분향소를 설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올해 26살인 지적장애인 고 김재순 씨는 지난 5월 22일 오전 광주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홀로 파쇄기 청소 작업 중 파쇄기에 끼여 빨려 들어가 숨졌다.
지적장애가 있는 재순 씨는 사고가 난 당일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위험이 큰 파쇄 업무를 홀로 담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전 폐기물이 파쇄기에 걸리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기계 위로 올라간 재순 씨는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다발성 분쇄 손상'으로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재순 씨의 영정 앞에서 헌화하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김재순 씨의 영정 앞에서 헌화하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사업장에는 법적 수준의 안전 및 방호장치가 적절히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적합한 관리·감독이나 협업 인력 배치도 준수되지 않았다. 비상시 파쇄기의 작동을 중지할 수 있는 리모컨 역시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재순 씨가 2018년 해당 업체에서 일하다,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 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그를 받아줄 곳이 없어 2019년 8월 재입사했고, 그 후 10개월이 된 후 죽음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해당 업체에서는 고인이 2년여간 일하면서도 장애가 있는 것도 몰랐으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기계를 돌리다가 죽었다. 자기과실사’라고 유족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은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후 30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의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故 김재순 사회적타살 장애·노동·시민서울대책위원회(故 김재순서울대책위)를 꾸려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피력했다.
이들의 요구안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전면개정 ▲장애인고용사업장 장애유형 장애인 편의제공 및 안전실태 전면조사 실시 ▲중증장애인 지원 근로지원인 예산확대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최저임금법 제7조 삭제) ▲중증장애인고용보장, 권리 중심의 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 등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2000년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전부개정을 거쳐오면서 법8조(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의 연계)에서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함께 장애인일자리 정책을 긴밀히 협조할 것을 명시했으나 30년이 지나도 장애인은 시장 내 산업현장에서, 시장 밖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상임대표는 "장애인이 지역에서 가족과 시설에서 떨어져 한번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보고, 사회에 나오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여전히 노동 현실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 "어떻게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위험한 현장에서 혼자 일하다 기계에 빨려 들어갈 수 있겠냐. 공장의 문제 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구조가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라고 분통을 토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정책이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죽기 싫다고, 장애인도 안전하고 자유롭고 나의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하고 싶다"면서 "고용부 장관에게 중증장애인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피력했다.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재순이의 죽음을 접하고, 업체 대표님이 만나서 하는 말이 ‘재순이가 하는 일도 아닌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기계를 돌리다가 죽었다. 자기과실사’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다”면서 “산업현장, 근로현장에서의 모든 안전은 노동자, 정부, 사업주 모두 함께 지켜야 한다. 두 번 다시 젊은 청춘들이 소리 없이 억울하게 죽어가선 안 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이든 평등한 대우를 통해 어울려 일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저도 1983년도에 다쳐서 집구석에 처박혀있다가 1988년에 나와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운동을 해서 어렵게 만들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삶이 좀 나아졌냐”면서 “장애인고용촉진법은 도대체 250만 등록장애인에게 무엇을 하고 있냐. 제대로 직장을 하나 만들었냐, 제대로 된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냐. 장애인일자리정책 사망선고를 선포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8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고 김재순 씨의 분향소를 설치, ‘30년 장애인 일자리 정책 사망선고’라며 비통함을 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8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고 김재순 씨의 분향소를 설치, ‘30년 장애인 일자리 정책 사망선고’라며 비통함을 표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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